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민물장어

미끄러져도 다시 길을 찾는 생명이 있다.

흙탕물에 잠겨도 흐름을 거슬러 오르는 생명이 있다.

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

“이쯤에서 멈출까?”라는 유혹을 그냥 지나치는 생명이 있다.

나는 그 생명을 본다.

그리고 묘하게 닮아 있다.

길은 늘 빡세고, 실패는 자주고, 잡히지 않는 꿈은 멀다.

그래도 진득하게, 질기게, 느리게.

포기라는 단어가 물에 씻겨 내려가 버릴 만큼

계속, 다시, 또.

민물장어가 그러하듯

나는 나의 강을 끝까지 오른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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